"할아버지요. 나는 집에 가니 할아버지는 잘 계세요 춥더래도 참고..."
개봉일 : 2014.11.27
시청연령 : 전체관람가
장르 : 다큐멘터리
국가 : 대한민국
영화길이 : 86
1. 영화내용
강원도의 시골 마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 노부부. 낙엽을 쓸고 있는 할머니를 본 할어버지는 내가 쓸 테니 그냥 놔두라고 말한다. 고맙다 말하면서도 빗자루를 놓지 않는 할머니. 그렇게 같이 낙엽을 쓸다 장난기가 발동한 할아버지는 수북이 쌓인 낙엽을 한 움큼 들어 할머니에게 뿌린다. "아이고 나 원 참" 마치 신혼부부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할아버지가 노란 꽃을 한 아름 따다 할머니에게 건네어주면 할머니는 그 꽃 한 송이를 할아버지 귀에 꽂아 준다. "예쁘네요". 어두컴컴 한 밤. 어둠이 무서운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화장실로 나선다. "여기서 내 말동무해줘요"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일을 마칠 때까지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러준다. 기다리느라 춥지 않았냐는 할머니 말에 할아버지는 할머니 기다리는 것이 뭐가 춥냐고 한다. 사랑이다. 함박눈이 내려 소복이 쌓인 어느 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함께 빗자루로 눈을 쓴다. 어느새 눈을 한 움큼 쥐고 있는 할머니. "이거 첫눈 먹으면 귀가 밝아진다고 했잖아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눈 한 입 먹고 큰소리로 외친다. " 저 산의 작은 소리도 잘 들리네!" 그 말에 까르르 웃는 할머니.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내 눈싸움을 하기 시작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머리가 하얗게 세고 주름도 자글자글 하지만 눈을 던지는 기력만큼은 쌩쌩해 보인다. 시린 손을 호호 불어주는 다정한 할아버지.
어느 날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온 가족이 다 모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딸들. 그치만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순 없었던 것일까. 자식들 간의 다툼이 할아버지 할머니 눈앞에서 펼쳐졌다. "오빠가 언제 엄마 아빠 아플 때 들여다본 적 있어?!!" 오가는 날이 선 말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슴에 생채기를 낸다. 이러려고 모인 게 아닌데... 이럴 것이 아닌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눈에 슬픔이 가득하다. 결국 눈물을 보이는 할머니. 예쁘지만은 않은 우리의 현실 속 이야기와 같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겐 가슴 아픈 이야기가 하나 또 있다.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자녀들. 12명의 자식을 낳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6명의 아이들을 먼저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슴에 사무치고 눈앞에 아른 거리는 내 사랑들. 할머니는 먼저 보낸 아이들을 위해 내복을 산다. "당신이 먼저 가거든 애들 입혀요" 6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했음에도 계속해서 다음을 약속하는 노부부. 죽음이라는 잔인하고 무서운 운명 뒤에도 하늘나라에서 함께하자는 미래를 약속한다.
급격히 악화 된 할아버지의 건강. 할머니가 무릎이 아프다 말하면 '호~' 입김을 불어주던 할아버지는 이제 할머니와 같이 걷다가도 먼저 지치고, 기침소리는 점점 커져 간다. 힘없이 누워있는 할아버지. 그런 아빠가 걱정 돼 한걸음에 달려온 딸은 "먹어야 살지"라며 울며 부르짖는다. 대답 없는 할아버지와 울고 있는 할머니. 나이가 들어 약이 들지 않는다는 말은 마냥 죽음을 기다리라는 말 같아 무섭고 잔인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옷들을 조금씩 태우기 시작한다. 이별을 직감한 것이다. "옷을 태워야 입는데요 죽은 사람이... 할아버지는 몰라요 내가 다 챙겨줘야 돼..." 할아버지를 보내야 하는 할머니의 눈에도, 할머니를 두고 먼저 가야 하는 할아버지의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병세가 악화된 할아버지는 결국 병원에 입원한다. 할머니는 홀로 남은 할아버지의 옷들과 신발을 정리하고 할아버지의 수의를 준비한다. 멍하니 수의를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렇게 먼저 하늘로 떠났다.
2. 영화를 보고 난 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라는 이 영화는 진모영 감독이 인간극장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방영된 노부부의 이야기를 보고 감명받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부부를 멀리서 관찰하며 담은 것이라 한다. 영화 초반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다정한 모습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지만 자식들의 다툼,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 할아버지의 병세 악화 등의 그늘진 상황들이 생기면서 뒤로 갈수록 눈가에 눈물이 마르지 않게 한다. 할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눈물의 인사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아리지만 하늘나라에서도 같이 하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약속으로 인해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속에 결국은 우리들도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아픔과, 죽음, 이별. 그래서 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손을 꼭 잡게 만들어 주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볼 영화로 추천한다.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한국영화 추천 (0) | 2025.02.06 |
---|---|
영화추천 한국영화 [말아톤] (0) | 2025.02.05 |
한국 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 (0) | 2025.02.03 |
영화 추천 [목소리의 형태] (0) | 2025.01.24 |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 (1) | 2025.01.23 |